1장. 파장의 흔적
꿈에서 깨어나면 늘 텅 빈 방이었다.
어젯밤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함께 걸었던 마당도, 밥상이 차려졌던 부엌도,
모든 건 사라지고, 창문 틈으로 스며든 빛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.
나는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.
베개가 젖어 있었다.
눈물이었다.
"또 울었네…"
이젠 놀랍지도 않았다.
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1년.
그리움은 시간과 비례해 사라지는 게 아니라, 농도만 짙어지는 것 같았다.
나는 어젯밤 꿈에서 들은 기묘한 단어를 메모지에 적었다.
○△□
단순한 도형이지만, 엄마는 그걸 마치 암호처럼 내게 속삭였다.
말이 아니라, 마음처럼. 감정처럼.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의식의 진동이었다.
꿈이었던가?
나는 요즘 그 경계가 흐릿해졌다.
어떤 날은 꿈이 너무 선명해서 현실처럼 느껴졌고, 어떤 날은 현실이 너무 무기력해서 꿈보다 멀게 느껴졌다.
노트북을 켜고, 이전에 읽다 만 논문들을 다시 열었다.
‘양자 의식’, ‘뇌파 공명’, ‘관측자 효과’, ‘양자 얽힘과 파동함수 붕괴’...
스쳐 지나갔던 다이어그램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.
정확히는, 그 그래프의 끝에 찍힌 좌표.
○△□
눈을 의심했다.
그것은 꿈속에서 엄마가 남긴 도형과 같은 순서, 같은 패턴이었다.
이건 우연일까?
나는 저장해두었던 실험 시뮬레이션을 열었다.
예전에 한 번 시도했던, 의식 뇌파를 증폭시켜 진공 상태의 공간에 쏘아보내는 실험.
당시엔 아무 응답이 없었고, 내가 환청을 들은 게 아닐까 싶어 그만뒀던 실험이다.
기록을 다시 재생했다.
[NO RESPONSE]
[NO RESPONSE]
[— — —]
그런데, 마지막 줄에 작게 떠 있는 알림창 하나.
비인가 접근 시도 기록 있음 - 03:17:06
그건 내가 자고 있었던 시각이었다.
설마.
나는 재빨리 로그 기록을 열었다.
흐릿한 파형이 떴다.
마치 누군가의 심전도처럼 일정한 리듬을 그리는 그래프.
하지만 그것은 전류도, 뇌파도 아닌, 의식의 흔적에 가까웠다.
그 곡선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.
소리를 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.
진동이, 있었다.
“현아…”
이름을 불렀다.
어디서도 나오지 않은 소리인데, 나는 분명히 들었다.
나는 손끝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.
오랜만에, 정말 오랜만에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.
‘엄마야…?’
이건 착각이 아니다.
그냥 꿈에서 깬 뇌의 장난이 아니다.
무의식 속에서 퍼 올린 기억도 아니다.
이건... 파장이다. 의식이 남긴 흔적이다.
나는 그 파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.
파형이 가리키는 좌표, 주파수 대역, 감응 진폭.
모든 게 살아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.
어쩌면… 엄마가 남긴 신호일지도 모른다.
그리고 나는,
그 신호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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